망한 과제도 자랑이 되나요? - 안혜정 교수 인터뷰

"망한 과제도 자랑이 되나요?" 실패를 축제로 만든 안혜정 교수 인터뷰
Apr 30, 2026
망한 과제도 자랑이 되나요? - 안혜정 교수 인터뷰

🍪Bite Interview

 "망한 과제도 자랑이 되나요?" 실패를 축제로 만든 KAIST '실패연구소' 안혜정 교수

Q1. 우리나라 최고 수재들이 모인 KAIST에 '실패연구소'가 있다니! 심지어 '실패 전문가'라는 타이틀도 정말 낯설면서도 신기한데요. KAIST에서 매년 열리는 '망한 과제 자랑대회'에서는 학생들이 실패를 숨기기는 커녕 당당하게 뽐내는 모습이 큰 화제였습니다. 대체 교수님은 어떤 분이시길래 이런 유쾌한 대회를 기획하시게 된 건가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실패를 연구하는 사회심리학자 입니다.

실패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도 한때 실패를 굉장히 무서워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였던 것 같아요. 실패가 두려우니까 자연스럽게 내가 잘할 수 있는 실패의 가능성이 작은 일만 골라서 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이렇게 살다가는 내가 더 이상 성장하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카이스트에서 만나는 학생들 역시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하고 기대도 많이 받아와서 인지 이런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굉장히 큰 학생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거든요.

그런데 제가 생각하기에 실패가 두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우리가 실패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별로 없어서 인 것 같아요. 우리가 실패한 이야기를 듣는 이유는 굉장히 많이 성공한 사람들이 나는 사실 이런 적이 있었어 하면 그래서 멋있구나 이럴 때가 아니면 실패의 이야기를 듣지 못하잖아요? 그래서 좀 그런 의미에서 만들어낸 게 망한 과제 자랑 대회 라는 거였어요.

어떻게하면 조금은 더 유쾌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우리의 실패 이야기를 공유해볼 수 있을까? 실패의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것은 발표하는 사람들은 본인의 실패를 조금 곱씹어보고 그것을 다시 재정비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그것을 듣는 사람들은 그 실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 나만 그런 게 아니구나 위로를 얻기도 하고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을 했거든요. 그래서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망한 과제 자랑 대회입니다.

웹툰 <스피릿 핑거스>의 주인공 송우

웹툰 속의 우연이는 늘 남의 눈치를 보느라 하고 싶은 일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캐릭터에요 그런데 완벽주의는 눈치를 본다는 건 결국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했다 많이 의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는 성과나 학벌 지위 같은 기준으로 서로를 비교하고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까 어떤 일을 시작하기 전부터 이게 충분히 잘 될까 실패하면 어떡하지 실수하면 내가 어떻게 보일까 이런 걸 먼저 생각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우리는 성격도 자라온 경험도 취향도 모두 다른 같은 사람이 없는 유일한 존재잖아요?

그런데 우리가 남들의 기준에 쉽게 흔들리는 이유 중에 하나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가 무엇을 잘할 수 있는 사람인지 이에 대한 자기 이해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근데 여기서 좀 사람들이랑 이야기 해보면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를 이해하기 위해서 자기 안을 계속 들여다봐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솔직히 생각하면 사람들이 자기를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다양한 행동을 해봐야 거기서 뭐가 나랑 더 잘 맞는지를 알게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스피릿 핑거스의 주인공 우연도 그런 모습들을 좀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동아리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그 과정을 지지해주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제서야 조금씩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이해와 믿음을 쌓아가는 모습들을 보여주거든요.

그래서 저는 사람들에게 어떤 새로운 기회가 생기거나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이걸 너무 완벽하게 실패하지 않게 준비하려고 하기 보다는 일단 한번 시도해 보면서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가는 방법을 좀 권해보고 싶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SNS를 보다보면 다른 사람들은 이미 엄청난 멋진 결과를 만들어 낸 것처럼 보이죠. 누군가는 이직을 성공하고 누군가는 사이드 프로젝트로 책도 내고 누군가는 운동이나 자기계발로 완전히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요.

그런 장면을 보다보면 그 장면을 보는 우리는 나만 뒤처진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가 SNS에서 보는 것은 대부분 결과나 하이라이트 장면이죠. 사실 그 뒤에는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의 시간들이 너무 당연히 있었겠지만 그 과정들은 우리에게 보이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그런 장면들만 계속 보다보면 우리는 나도 모르게 저 정도 결과가 나와야만 의미가 있지 도전할 만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결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고 처음부터 굉장히 거창한 목표를 세우게 되고 그렇게 되면 거창한 목표를 해야 되니까 시작 자체가 두렵고 더 준비해서 시작해야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면서 시작을 부담스러워 하게 되는 마음 상태가 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목표를 좀 더 잘게 나누어 보는 방법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그러니까 내가 최종적으로 되고 싶은 모습의 목표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그 모습이 되기 위해서 지금 당장 내가 여기서 뭘 할 수 있을까 이런 행동을 목표로 삼는 것이 사실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다이어트를 하고 싶으면 내가 한달 동안 3kg 빼야지 보다 아 내가 하루하루 매일 20분 운동해야지 아니면 집에 도착하자마자 일단 운동복 부터 입어야지 이런 식으로 시도할 행동의 목표를 정하는 거죠.

이렇게 작은 행동을 반복하다보면 그 사이에는 작은 목표니까 성취를 더 많이 할 것이고 그러면 성취감도 생기고 그러면 물론 그 과정에서 작은 실패도 생기지만 처음부터 큰 목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작은 목표에 실패하는 것은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경험들이 하루하루 쌓이면 그것이 나도 모르게 내가 원하는 큰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 크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제안 드리는 것은 무엇보다도 작게 작은 목표를 잡고 작게라도 일단 시작하시라 이런 말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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