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결핍 시대, 팀의 딥 워크를 설계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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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 30, 2026
주의력 결핍 시대, 팀의 딥 워크를 설계하는 법

Expert

이윤규

변호사 · 유튜버 · 베스트셀러 작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 중 하나로 꼽히는 사법시험에 9개월 만에 합격한 변호사입니다. 현재는 43만 교육 유튜버이자 스타트업 CEO, 일본·대만·베트남에 수출된 베스트셀러 작가, 강연가로 활동하며 몰입·공부법·성과 습관에 대한 인사이트를 전하고 있습니다.

집중 못 하는 직원을 탓하기 전에, 환경을 먼저 바꿔라

팀원들은 하루 종일 바쁘다. 슬랙 메시지에 답하고, 이메일을 처리하고, 회의에 참석한다. 그런데 분기가 끝나고 나면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는 제자리다. 리더는 묻는다. "왜 이렇게 성과가 없지?" 그리고 스스로 답한다. "요즘 직원들은 집중력이 부족해." 그 진단은 틀렸다. 집중 못 하는 것은 직원의 의지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생각해보면 이상한 일이다. 채용 당시에는 분명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입사 초에는 의욕도 넘쳤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성과는 제자리고, 리더는 점점 답답해진다. 이때 ‘직원이 문제’라는 결론으로 가면 해결책도 엉뚱한 곳에서 찾게 된다. 더 세게 다그치고 성과압박을 가한다. 그래도 달라지지 않는다. 근본 원인이 다른 곳에 있기 때문이다.

집중 못 하는 건 의지 문제가 아니다

인간의 뇌는 420만 년 동안 수렵·채집 환경에 최적화되어 왔다. 위험을 감지하면 즉각 반응하고, 눈앞의 보상을 취하고, 에너지를 아끼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 본능은 현대 사무실 환경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슬랙 알림, 이메일, 상사의 호출 — 이 모든 것이 뇌에 '지금 당장 반응해야 할 위협'으로 처리된다. 본능은 즉각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고, 사무실은 그 본능을 끊임없이 자극하도록 구조화되어 있다.

여기서 핵심은 이것이 개인의 의지력 부족이 아니라는 점이다. 스탠퍼드 행동설계연구소의 BJ 포그는 "행동은 의지가 아니라 환경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사람을 바꾸려 하기 전에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사무실이라는 환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직원들의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 환경을 그대로 두고 집중력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캘리포니아대학 연구에 따르면 방해를 한 번 받으면 원래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 하루에 알림을 10번만 받아도 이론상 딥 워크 시간은 0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실제로 지식 근로자들이 방해 없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평균 1~2시간에 불과하다는 연구도 있다. 나머지 6~7시간은 반응적 업무와 컨텍스트 전환으로 소모된다. 이것은 직원의 나태함이 아니라 환경이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다. 개인의 의지로 이 구조를 이기려는 시도는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즉각 반응 문화는 한번 형성되면 스스로 강화된다. 슬랙에 빠르게 답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하면, 모두가 빠른 답장 경쟁에 뛰어든다. 폰을 항상 손에 쥐고, 알림을 켜두고, 자리를 비울 때도 메시지를 확인한다. 결과적으로 조직 전체가 '언제나 대기 중인 상태'가 된다. 그 상태에서 깊은 사고와 창의적 문제 해결은 불가능하다.

바쁜 것과 생산적인 것은 다르다

칼 뉴포트는 그의 저서 《딥 워크》에서 업무를 두 가지로 나눴다. 딥 워크(Deep Work)는 방해 없이 인지적으로 요구되는 작업에 몰두하는 상태다. 전략 기획, 데이터 분석, 보고서 작성, 창의적 문제 해결이 여기에 속한다. 이것이 조직의 실제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 샬로 워크(Shallow Work)는 이메일 답장, 슬랙 확인, 반복 보고, 불필요한 회의 참석처럼 긴급하지만 가치는 낮은 일들이다. 이것만으로 하루가 꽉 찰 수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조직이 샬로 워크에 즉각 반응하는 직원을 '일 잘하는 사람'으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슬랙에 빠르게 답하고, 회의에 항상 참석하고, 이메일을 즉시 처리하는 사람. 그런데 정작 조직의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는 딥 워크는 언제 하는가. "하루 종일 바빴는데 중요한 것은 아무것도 안 됐다"는 느낌 — 그것이 샬로 워크만으로 채워진 하루의 결과다.

이 구분이 중요한 이유는 딥 워크와 샬로 워크가 서로를 잠식하기 때문이다. 슬랙 알림이 울리면 딥 워크가 끊긴다. 긴급 회의가 소집되면 집중의 흐름이 깨진다. 그리고 깨진 집중은 다시 만들어지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하루 중 딥 워크에 온전히 투입할 수 있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샬로 워크가 그 자리를 채운다. 이 악순환이 반복될수록 팀의 실질적 생산성은 하락한다. 반면 딥 워크 시간을 보호하는 조직은 같은 인원으로 훨씬 높은 성과를 낸다.

여기서 리더가 해야 할 일이 분명해진다. 팀원에게 "더 집중하라"고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팀의 딥 워크를 설계하는 3가지 방법

딥 워크는 의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환경으로 설계해야 한다. 여기서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짚고자 한다.

첫째, 딥 워크 블록을 달력에 먼저 예약하라

팀원 각자가 하루 중 2시간을 달력에, 구글 캘린더를 사용해서 서로 구독하는 방식으로 일정을 공유하기를 권한다. '딥 워크 블록'으로 먼저 선점한다. 이 시간에는 회의를 잡지 않고, 슬랙 알림을 끄고, 핵심 업무에만 집중한다.

중요한 것은 이 시간을 '빈 시간'이 아니라 '예약된 시간'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누군가 회의를 요청하면 "그 시간에는 이미 잡힌 업무일정이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이 한 줄의 설계가 팀의 집중 문화를 바꾼다. 리더가 먼저 자신의 달력에 딥 워크 블록을 잡고, 팀원이 그것을 볼 수 있도록 공유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작 방법이다. 리더의 달력이 팀의 문화를 만든다.

나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를 ‘글쓰기 블록’으로 달력에 고정해두고 있다. 슬랙도, 전화도 이 시간에는 열지 않는다. 미래를 위한 가장 중요한 일에 미리 시간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던 동안 체득한 원칙인데, 지금도 그대로 지키고 있다. 처음에는 함께 일하는 팀원들이 어색해했다. 그래서 딱 한 줄을 공유했다.

“오후 1시 이전 메시지는 긴급 상황이 아닌 이상 1시 이후에 확인합니다.”

그 한 줄이 오히려 팀 전체의 루틴을 정리해줬다.

둘째, 커뮤니케이션 프로토콜을 설계하라

슬랙·이메일 답장을 하루 2~3회 정해진 시간에 몰아서 처리한다. 예를 들어 오전 10시, 오후 1시, 오후 4시. 진짜 긴급한 경우에는 전화를 쓴다는 기준을 팀 내에 공유한다. '슬랙을 바로 안 봤다'는 것이 불성실의 신호가 아니라 딥 워크 중이라는 신호가 되도록 문화를 설계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팀원들이 불안해할 수 있다. "내가 느리다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이 불안을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리더가 먼저 "오전에 답장이 늦어도 걱정하지 마세요. 딥 워크 중입니다"라고 선언하는 것이다. 즉각 반응 문화는 조직이 만든 것이다. 조직이 바꿀 수 있다.

셋째, 회의를 절반으로 줄여라

의제가 없는 회의는 거절하거나 의제를 먼저 요청한다. 60분 회의를 45분으로, 30분 회의를 25분으로 기본 설정한다. 회의 후 3분 안에 결정 사항과 액션 아이템을 공유하면 '다음 회의 때 다시 얘기하자'가 사라진다.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이 비효율적 회의에 소비하는 시간은 월 평균 31시간이다. 그 절반만 딥 워크로 전환해도 팀의 생산성은 눈에 띄게 달라진다. 특히 정기 회의는 주기적으로 존재 이유를 점검해야 한다.

‘이 회의가 없어지면 무슨 일이 생기는가?’

이 질문이 가장 좋은 점검 도구다.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면, 그 회의는 없애야 한다.

구조를 바꾸고 환경을 설계하라

구조가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 행동이 바뀌면 성과가 바뀐다. 직원을 탓하기 전에, 환경을 먼저 설계하라. 그것이 리더의 일이고, HR의 일이다. 몰입은 개인의 능력이 아니라 조직의 설계다.

Writer. 이윤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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