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퇴직 기준, 왜 만 40세까지 내려왔을까? HRBP가 봐야 할 신호
은행권 역대 최대 '희망퇴직 러시'
작년 한 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떠난 희망퇴직자는 2,470명입니다. 전년보다 483명, 24% 늘었습니다. 관련 통계를 확인할 수 있는 2021년 이후 가장 많은 규모입니다(뉴시스, 「"5억 받고 나갈래요" MZ은행원도 줄섰다…2500명 희망퇴직 러시」, 2026).
신청 연령 기준도 크게 낮아졌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희망퇴직 대상을 1986년생, 만 40세까지 넓혔습니다. 신청자는 234명에서 541명으로 두 배 넘게 뛰었습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만 40세를 기준선으로 잡았습니다.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 4,829만원, 법정퇴직금까지 합치면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은 4~5억원대로 추정됩니다(뉴시스, 2026). 조건이 매년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는 사실도 신청을 서두르게 만들었습니다. 2023년까지 최대 36개월치였던 희망퇴직금 지급 기준은 지난해 31개월치로 줄었습니다(뉴시스, 2026).
이 정도 규모라면 흔히 경영 위기를 의심하지만, 은행들은 사람이 빠진 자리를 이미 다른 것으로 채우고 있습니다.
은행은 지금 사람 대 AI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5대 은행 임직원 수는 6만 9,554명에서 6만 8,448명으로 1,106명 줄었습니다. 신입 채용 규모는 더 가파르게 꺾였습니다. 2023년 1,500명을 넘던 5대 은행 신입 채용은 지난해 상반기 540명에 그쳤습니다. 3분의 1 수준입니다. 국내 점포 수도 2022년 3,442곳에서 올해 2,979곳으로 줄었습니다(뉴스핌, 「40세도 5억 받고 떠난다…은행권, AI 도입 속 인력 구조 '대전환'」, 2026).
빈자리를 채우는 건 사람이 아니라 AI입니다. 신한은행은 서울 도심에 무인 점포 'AI 브랜치'를 운영합니다. 국민은행은 AI 콜센터와 함께 현장 직원용 AI 챗봇을 도입했습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AI 재무 상담을 넓히고 있고, 농협은행은 기업 영업에 AI를 붙였습니다(뉴스핌, 2026).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류 심사를 통해 확정된 희망퇴직 규모보다 실제 신청자는 더 많다"고 전했습니다. "정년까지 근무하기보다는 목돈을 확보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려는 40대 직원들이 상당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뉴스핌, 2026).
돈을 가장 잘 버는 해에, 조직은 가장 크게 줄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허영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지점 937곳을 닫았습니다. 26% 감소입니다. 같은 기간 이 은행들이 올린 순이익은 91조원입니다(이로운넷, 「[이로운지적]5년 새 금융점포 25% 폐쇄…"은행권 91조 순이익에도 공공성 외면"」, 2025).
적자를 메우려는 구조조정이 아닙니다. 서울 4대 은행 지점 1,045곳 가운데 329곳, 31.5%가 강남 3구에 몰려 있습니다. 중·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지점이 먼저 사라졌습니다. 허 의원은 "은행권이 지난 5년간 91조 원의 순이익을 냈음에도 금융공공성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이로운넷, 2025).
실적이 가장 좋을 때 조직을 가장 가볍게 만드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 은행뿐 만이 아닙니다
LG전자는 지난해까지 만 50세 이상 장기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습니다. 올해는 기준을 만 40세로 낮추고 전사로 넓혔습니다. 최대 60개월치 급여와 자녀 학자금이 조건입니다(뉴스저널리즘, 「LG그룹, 계열사 줄줄이 희망퇴직…연령까지 낮췄다」, 2026). LG디스플레이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내다 지난해 영업이익 5,17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그런데도 근속 20년 이상, 만 45세 이상을 기준으로 희망퇴직을 다시 받았습니다(뉴스저널리즘, 2026). 적자 때문이 아니라는 근거가 여기서도 반복됩니다.
업종마다 온도차는 뚜렷합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은 기술직 1,200명에게 최대 3년치 임금과 학자금을 제시했지만 지원자는 10명대에 그쳤습니다. 반대로 KT는 최대 4억 3,000만원의 희망퇴직보상금을 내걸자 2,800명이 몰렸습니다(오피니언뉴스, 「산업계, 조용한 구조조정 바람...상시 '희망퇴직' 대세로 자리잡아」, 2025). 조건이 아무리 좋아도 퇴직 후 갈 곳이 마땅치 않은 업종에서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금융권 경력은 재취업 시장에서 아직 힘이 있습니다. 은행원들이 조건이 나오자마자 줄을 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HRBP가 봐야할 중요한 숫자, '몇 명이 나갔는지'가 아닙니다
희망퇴직 기준 연령이 40대까지 내려왔다는 사실 자체가 하나의 신호입니다. 은행과 LG전자가 나란히 만 40세를 기준선으로 잡았습니다. 두 조직 모두 이 연차를 가장 먼저 덜어낼 수 있는 구간으로 보고 있습니다. 자사의 인력 피라미드에서 30대 후반, 40대 초반 구간이 유독 두꺼운지, 승진 적체가 몇 년째 풀리지 않고 있는지 지금 확인해볼 만합니다.
91조원을 벌면서 지점을 줄인 은행, 흑자 전환 이후에도 희망퇴직을 다시 연 LG디스플레이. 두 사례 모두 실적과 인력 규모를 분리해서 다룹니다. 구조조정을 위기 대응으로만 설계해 둔 조직이라면 지금 다시 점검할 때입니다. 실적이 좋을 때도 인력 구성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하는 절차가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신입 채용이 3분의 1로 줄고 허리 연차가 동시에 빠져나가면, 5년 뒤 그 자리를 채울 사람이 없습니다. 은행권 관계자조차 서류 심사로 확정된 규모보다 실제 신청자가 더 많다고 말할 정도로, 이탈 압력은 조직의 예상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리더십 파이프라인을 몇 년 단위로 그려보지 않은 조직이라면, 지금이 그릴 시점입니다.
누구나 같은 조건으로 떠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재취업 자리가 있으면 조건이 나오자마자 떠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으면 남습니다. 남은 이들에게는 줄어든 인원으로 늘어난 업무를 감당하는 몫이 돌아갑니다. 희망퇴직은 이제 위기에만 꺼내는 카드가 아닙니다.
우리 조직은 지금 어떤 연차를, 어떤 이유로 희망퇴직 대상으로 보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