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갈등, 왜 커지나? 현대중공업, 포스코 파업으로 본 보상 공정성의 진짜 조건
HD현대중공업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20.6% 늘었습니다. 그런데도 9월 2일 오전, 노조 집행간부와 교섭위원들이 7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하루 전 회사가 처음으로 임금 제시안을 냈는데, 노조가 그 자리에서 돌려보냈습니다. 이후 파업 수위는 계속 올라갔습니다. 9월 11일에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이 실시됐고, 14~15일에도 같은 방식의 파업이 이어졌습니다. 9월 16일부터는 파업 시간이 7시간으로 확대되었습니다. (시대일보,2026.09.02 / 이투데이, 2026.9.16)
같은 시기, 포항과 광양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포스코는 별도법인 기준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6.6% 줄었는데 포스코 노조는 8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 중지로 합법적 쟁의권을 얻은 뒤 9월 9일 오전 7시부터 48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1968년 창사 이후 58년 만에 처음 있는 파업이었습니다. 노사가 끝내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노조는 9월 16일부터 21일까지 120시간짜리 2차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두 회사를 보면 실적이 좋아도 갈등이 커지고, 실적이 나빠도 갈등이 생깁니다. 성과급의 액수, 많고 적음이 갈등의 크기를 설명하지 못하는 것인데요. 그렇다면 무엇이 갈등을 키우고 있는 것일까요?
실적 초호황인데 왜 파업권부터 확보했을까?
HD현대중공업은 역대급 호황입니다. 조선 3사의 올해 상반기 합산 매출은 30조 원을 넘었고 수주는 300억 달러를 웃돌았습니다. HD현대중공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조 375억 원이었고, 2분기 영업이익은 1조3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0.6% 늘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8월 25일부터 27일까지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재적 조합원 8,127명 중 5,607명이 투표해 68.97% 투표율, 그중 5,379명(66.19%)이 찬성했습니다. 8월 24일 중앙노동위원회가 조정 중지를 결정하며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손에 쥐었고, 9월 2일부터 순차 부분파업에 들어갔습니다. 이어 9월 11일과 14~15일에는 전 조합원이 참여하는 4시간 부분파업을, 16일부터는 7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노조 요구안의 핵심은 "영업이익 최소 30% 공정 성과 공유"입니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 계산하면 약 6,100억 원 규모입니다. 회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이면 약 1조원 안팎이 성과급으로 빠져나간다고 봅니다. 같은 해 회사의 설비투자(CAPEX) 규모가 9,640억원, 지난해 배당성향이 40.0%였다는 점을 감안하면(뉴스핌, 2026.9.1) 회사 쪽 논리는 이렇습니다. "선박 건조에는 통상 2~3년이 걸리는데, 지금의 수주 호황이 회계상 영업이익으로 잡히는 시점과는 시차가 크다. 그 시차를 무시하고 올해 영업이익에 성과급을 직접 연동하는 건 무리다." 반면 노조는 "회사가 돈을 많이 벌었으니, 근로자와 나누자"는 논리로 맞섭니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한 번도 전면파업을 한 적이 없는 회사였습니다. 중국산 저가 철강 유입과 수요 둔화로 본업이 부진한 상황에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을 요구했습니다. 회사는 애초 기본급 1.5% 인상을 제시했다가, 이후 기본급 2.0% 인상과 목표달성 격려금 350만원 등으로 제시안을 올렸습니다. 7월 8~9일 파업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92.2%가 찬성했고, 8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노조는 합법적 쟁의권을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9월 9일 48시간 부분파업을 시작으로, 창사 58년 만의 첫 파업이 현실이 됐습니다.
호황이었던 HD현대중공업도, 부진했던 포스코도 결국 실제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문제는 단순한 성과급이나 액수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포스코 노조가 쟁의조정을 신청하며 낸 입장입니다.
"회사가 미래를 이유로 희생을 요구해 만들어낸 성과가 지주사 배당 확대에만 집중됐다면, 이는 반드시 바로잡아야 합니다." - 금속노조 포스코지회
내가 만든 성과가 어디로 흘러갔고, 어떤 기준으로, 누가, 어떻게 정했고, 나는 그걸 아는가'였습니다. 노조 측 집계로는 포스코 영업이익이 2022년 2조 3천억 원에서 2024년 1조 5천억 원으로 줄어드는 동안, 지주사로 간 배당은 3,250억 원에서 8,880억 원으로 2.7배 늘었습니다. 사람은 결정에 참여했다고 느끼면 결과가 아쉬워도 받아들입니다. 반대로 참여 없이 결정나버린 결과를 통보받은 것은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돈을 더 주면 해결될까요?
조직심리학에서는 60년 전부터 같은 얘기를 해왔습니다. 사람은 받은 금액 자체로 공정한지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연봉 8천만 원이 공정한지 아닌지는, 옆자리가 얼마 받는지 알기 전까지는 판단 자체가 안 됩니다. 그리고 금액만큼이나 그 결정이 어떻게 내려졌는지, 얼마나 설명받았는지가 공정성 인식을 좌우한다는 게 이후 연구들이 쌓아온 결론입니다.
복잡해 보이지만 실무로 옮기면 질문 4개입니다. 성과급 통보 메일을 열어본 사람이 실제로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① 이 숫자, 어디서 나온 거예요?
② 누가 정한 건데요?
③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④ 팀장님은 아세요?
조선업은 수주부터 매출로 잡히기까지 2~3년이 걸립니다. 올해 영업이익이 곧 올해 노동의 결과라고 말하기 어려운 구조죠. 여기서부터 합의가 안 되니 HD현대중공업에서 30%든 20%든 어떤 숫자를 던져도 대화가 시작되지 않습니다.
지난 5월 회사는 책임급(간부) 이상 성과급 산식을 '기본급 기반'에서 '실질연봉 기반'으로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호황인데 옛날 산식 탓에 성과급이 낮게 잡힌다는 간부들 불만을 반영한 조치였죠. 문제는 이게 설계직군 고정 인센티브 폐지와 묶였다는 겁니다. 조합원 몫이 줄어들 수 있다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② "누가 정한 건데요?"
결과가 정해지기 전에 상대 입장을 확인하고 조율하는 과정이 통째로 비어 있었다는 볼수 있을 만큼 상당한 격차를 보이고 있습니다.
③ "저도 좀 볼 수 있을까요?"
"성과는 경영진의 몫으로 돌리면서 실패의 비용은 구성원과 주주가 감당하는 구조는 공정하지 않습니다." -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
8월 19일 카카오 노조가 상반기 임원 보수를 문제 삼으며 경영진 보상 산정 기준의 공개를 요구했습니다. 요구의 핵심은 금액이 아니라 원칙의 일관성이었습니다. 경영진에게 쓰는 잣대를 구성원에게도 똑같이 써 달라는 거죠.
재밌는 건 그보다 앞선 5월엔 같은 노조가 "성과급이나 영업이익 자체는 언급하지 않겠다"며 고용안정을 앞세웠다는 점입니다. 성과급 집단으로 비치는 걸 경계한 건데요. 갈등의 표면은 성과급이지만, 그 아래엔 늘 다른 층이 있습니다.
EU 임금 투명성 지침에 따라 27개 회원국은 2026년 6월 7일까지 관련 내용을 국내법에 반영했어야 합니다. 다만 시한이 지난 지금도 완전히 이행을 마친 나라는 슬로바키아 등 소수에 그치고, 대부분 회원국은 시한을 넘겨 이행을 진행 중입니다. 그럼에도 지침이 요구하는 방향은 분명합니다. 채용 면접 전에 임금 범위를 알려야 하고, 근로자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의 평균 임금을 물어 2개월 안에 답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머서 조사에서는 채용 시 임금 범위를 공개하는 기업이 2024년 60%에서 2026년 말 94%까지 늘 것으로 봤습니다. (Mercer, 2025 Global Pay Transparency Report) 한쪽에선 법으로 공개를 밀어붙이고 있고, 다른 쪽에선 "내 성과급이 왜 이 금액인지" 물어볼 문서조차 없습니다.
④ "팀장님은 아세요?"
5월 20일 오후 - 삼성전자 노조 총파업 예정 그로부터 90분 전 — 노사 잠정 합의 5월 27일 - 조합원 찬반투표 가결, 임금 6.2% 인상, 성과급 12%로 타결. (머니투데이 2026.5.27)
파업을 멈춘 건 액수가 아니었습니다. 이 특별경영성과급을 2026년부터 2035년까지 10년간 제도화하기로 한 대목이었죠.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 목표를 달성하면 지급한다는 조건을 미리 문서에 박았고, 적자 사업부 배분 방식은 1년 유예하는 절충안도 넣었습니다. 앞으로 10년 적용될 기준을 확정하고, 그걸 설명하는 대화가 마지막까지 이어져서 나온 결과입니다.
가트너가 직원 3,523명에게 물었더니, 자기 급여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아는 사람은 38%였습니다. 나머지 62%의 물음표가 제일 먼저 향하는 곳이 직속 팀장이고요. (Gartner)
준비 없이 그 자리에 앉으면 대화는 대개 이렇게 흐릅니다.
"나도 정확히는 모르겠어." "위에서 정해서 내려온 거야."
둘 다 사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신뢰를 깎습니다. 앞의 말은 팀장의 권위를 지우고, 뒤의 말은 회사를 '나와 상관없는 무언가'로 만들어 버리거든요. 같은 조사에서 임금 공정성에 대해 설명을 들은 직원은 조직 신뢰가 10%, 공정성 인식이 11% 올라갔습니다. 반대로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직원은 근속 의도가 15%, 몰입이 13% 낮았습니다.
설명은 돈이 거의 안 드는 유일한 변수입니다. 그런데 머서 조사에서 관리자 교육에 힘을 쏟는다고 답한 조직은 38%뿐이었습니다.
같은 성과급이지만, 다릅니다.
성과에 대해서는 같은 숫자를 놓고 네 그룹이 서로 다르게 보는 경행이 있습니다.
가트너 조사에서 43%는 동료와 급여를 얘기했고 45%는 외부 연봉 사이트를 봤습니다. 밖에서 찾은 숫자엔 그 회사의 인력 구조도, 산업 사이클도 빠져 있는데 말이죠. (Gartner, 「Only 32% of Employees Believe Their Pay Is Fair」)
팀장은 위로 비용 압박, 아래로 구성원 요구를 동시에 받습니다. HD현대중공업에서 책임급 간부들이 따로 성과급 산식 상향을 요구한 장면이 이 낀 자리를 보여줍니다. 팀장은 기준을 만드는 쪽이 아니라, 만들어진 기준을 설명해야 하는 쪽입니다.
HR에겐 시간축이 하나 추가됩니다. 호황기에 만든 공식이 불황기에 그대로 적용될 때 벌어질 일까지 계산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경총이 9월 1일 낸 보고서도 전 직원에게 같은 비율로 나누는 'N분의 1' 방식이 무임승차를 키우고 핵심인재 유출로 이어진다며, 호황기와 저성과기의 조정 기준을 미리 정해둘 것을 제언했습니다.
주주에게 성과급 재원은 배당과 재투자 여력을 직접 깎는 항목입니다. HD현대중공업이 설비투자와 주주환원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는 이유입니다.
네 사람 다 나름의 근거가 있습니다. 갈등이 커지는 건 누가 틀려서가 아니라, 이 네 개의 정의가 한 번도 같은 상황에서 조율된 적이 없어서입니다. 나우앤서베이가 4월 말 1,310명에게 물었더니 대기업 고액 성과급이 "높다"는 응답이 74.7%. 그럼 잘못이냐 하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50.2%, "정당한 보상" 26.0%, "기업 내부 문제" 19.8%로 갈렸습니다. (나우앤서베이 2026.5.7)
성과 공유 갈등, 우리 조직은 어떻게 해야할까?
성과 공유 갈등은 제도로 봉합되지 않습니다. 교섭 대상에서 빼면 요구는 다른 항목으로 옮겨가고, 액수를 올리면 그게 다음 해 기준선이 됩니다. HD현대중공업과 포스코 사례를 보면, 실적의 좋고 나쁨이 갈등의 크기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게 분명해집니다. 실적이 좋아도 배분 기준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갈등이 커지고, 실적이 나빠도 결정 과정에 대한 신뢰가 쌓여 있었다면 갈등은 상대적으로 작을 수 있습니다.
성과급 시즌마다 "올해는 얼마 줄까"만 계산하는 조직과, "이 기준이 왜 이렇게 정해졌는지 설명할 수 있나"를 먼저 점검하는 조직. 시간이 지날수록 둘의 거리는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HR·교육 담당자가 지금 할 수 있는 것
보상 면담을 위한 대본이 필요합니다.
숫자가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근거를 대고 반발을 견뎌야 하니까요. 우리 회사 산식, 자주 나오는 질문 다섯 개와 답변, 답할 수 없는 질문 처리법.구성원의 보상 리터러시를 챙겨주세요.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뭐가 다른지, 우리 산업의 이익 인식 시차가 어떤 구조인지 아는 사람과 모르는 사람의 반응은 다릅니다. 온보딩이나 리더 승격 과정에 한 시간만 얹어도 대화의 출발선이 달라집니다.평가 신뢰가 먼저입니다.
개인 성과 반영 비중을 늘리려면 평가가 먼저 신뢰받아야 합니다. 평가자 교육 없이 차등만 키우면, 갈등 무대가 성과급에서 평가로 옮겨갈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