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이중학
동국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어제보다 성장하려는 사람을 돕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연구원과 롯데인재개발원 DT인재육성팀장을 거쳐, 현재는 인사·리더십·조직 성장 분야를 연구하고 교육하고 있습니다.
리더의 AI 만능주의가 만든 역설, 섀도우 AI의 경고
AI를 믿는 리더와 AI를 검증하는 실무자 사이에서, 비공식 AI 사용은 어떻게 조직 리스크가 되는가
“AI한테 시키면 금방 아냐?”라는 환상
질문으로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팀원들이 ChatGPT나 Claude에 회사 기밀을 입력하고 있지 않다고 확신하시나요?
최근 여러 조직에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AI 도입률을 높인다는 이유로 무리하게 AI 활용을 지시하는 상황이 늘고 있습니다. 압박을 견디다 못한 구성원들은 결국 조직이 승인하지 않은 개인용 AI 도구를 업무에 투입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섀도우 AI입니다.
이 현상은 단순한 개인 장비 사용의 차원을 넘어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먼저 기밀 데이터 유출의 위험입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엔지니어들이 ChatGPT를 업무에 활용하는 과정에서 소스코드와 내부 회의 내용 등 민감한 정보가 입력된 것으로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AI 도구가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업의 핵심 자산을 외부 환경에 노출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건입니다.
또한 EU AI Act 등 강화되는 AI 규제를 인지하지 못한 채 비공인 도구를 사용하면 컴플라이언스 위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AI 활용 과정에서 개인정보, 영업비밀, 고객 데이터, 내부 전략 자료가 외부 AI 서비스로 흘러 들어가는 순간, 조직은 통제권을 잃게 됩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검증되지 않은 AI의 거짓 정보를 바탕으로 경영 판단을 내리는 일입니다. 할루시네이션이 단순한 문장 오류에 그치지 않고, 보고서와 의사결정 자료에 섞여 들어가면 조직의 판단 체계 자체가 오염될 수 있습니다.
리더는 가능성을 보고, 실무는 한계를 겪는다
조직 내 갈등의 핵심은 깊어지는 정보 비대칭에 있습니다.
리더는 AI가 가져올 장밋빛 가능성을 봅니다. 반면 실무자는 매일 AI의 기술적 한계와 싸웁니다. 리더가 기대하는 생산성 향상 뒤에는 프롬프트 설계, 결과물 수정, 출처 확인, 할루시네이션 검증이라는 실무진의 보이지 않는 노동이 숨어 있습니다.
워크데이가 2026년 발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AI가 절약해준 시간 중 거의 40%가 오류 수정, 콘텐츠 재작성, 결과물 검증 등 재작업에 다시 쓰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AI를 쓰면 빨라진다는 말은 절반만 맞습니다. 실제 업무에서는 AI가 만든 결과물을 다시 사람이 검증하고, 맥락에 맞게 다듬고, 책임질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 간극을 메우지 못한 조직에서 실무진은 “AI를 제대로 못 쓴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AI로 혁신하는 듯 보이지만, 안쪽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데이터와 보안 사고의 도화선이 타들어 가고 있는 셈입니다.
리더의 “AI로 하면 금방이잖아”라는 한마디가 실무진에게는 거대한 벽으로 다가옵니다.
AI 리터러시: ‘무엇을’이 아닌 ‘어떻게’의 문제
2026년 리더에게 필요한 진짜 역량은 단순히 AI 도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과 AI가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능력입니다.
AI는 동료처럼 일할 수 있지만, AI를 똑똑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인간의 능력입니다. 성공적인 AI 공존을 위해 리더는 이제 실행이 아닌 설계의 관점을 중시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은 AI 거버넌스의 구축입니다.
무엇을 입력해도 되고, 무엇은 입력하면 안 되는지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합니다. 또한 AI 결과물을 어디까지 신뢰할 수 있는지, 어떤 업무에서는 반드시 사람의 검토가 필요한지, 외부 공유 전 어떤 검증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리더 스스로가 AI의 기술적 한계와 보안 리스크를 이해하는 AI 리터러시를 갖춰야 맹목적인 기대를 걷어낼 수 있습니다. 속도 중심이 아니라 품질과 안전 중심의 현실적인 기대치를 설정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현장의 기술적 병목과 불안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쌍방향 소통 채널이 필요합니다. 실무진이 “이 결과물은 검증이 필요합니다”, “이 데이터는 입력하면 위험합니다”, “이 업무에는 AI보다 사람의 판단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AI를 ‘도입’하는 리더에서, ‘설계’하는 리더로
AI로 다 되지 않느냐는 지시를 멈춰야 합니다.
대신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 조직의 어떤 업무에 AI를 결합할 것인가.
어떤 데이터는 AI에 입력하지 않을 것인가.
AI 결과물의 책임과 검증은 누가 맡을 것인가.
실무자가 안전하게 AI를 활용하려면 어떤 기준과 교육이 필요한가.
섀도우 AI를 막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AI 사용을 막는 것이 아닙니다. 공식적으로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이 몰래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실용적인 도구와 기준을 제공해야 합니다.
리더가 AI를 만능 도구로 바라보는 순간, 실무자는 리스크를 혼자 감당하게 됩니다. 반대로 리더가 AI를 조직의 일하는 방식 안에 안전하게 설계할 때, AI는 비로소 생산성을 넘어 신뢰 가능한 업무 인프라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여러분의 지시는 실무진을 돕고 있나요, 아니면 그들을 숨게 만들고 있나요?
[참고문헌]
1) Workday Research Finds AI Productivity Gains Are Lost to Rework
Writer. 이중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