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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첫인상에도 TPO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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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 13, 2026
좋은 첫인상에도 TPO가 있다
Contents
웃음은 줄이고, 눈맞춤은 늘렸는데첫인상의 법칙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내 무표정이 상대에게도 중립적일까좋은 첫인상에도 시간·장소·상황이 필요하다표정과 시선은 소통을 돕는 수단이다남기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통하겠다는 기대

Expert

최훈

최훈

한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얼굴과 첫인상에 담긴 마음의 작동 원리를 지각심리학으로 풀어냅니다.

예일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보스턴대학교와 브라운대학교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활동했습니다. 만화·아이돌·스포츠 등 일상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사회지각, 얼굴지각, 지각학습을 연구하며, 대표 저서로 『우리는 왜 얼굴에 혹할까?』(2025)가 있습니다.

미소와 눈맞춤의 효과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이런 상황을 상상해보자. 직장에서 중요한 거래를 담당하게 되었다. 너무 당연하게도 처음 만나는 거래처 담당자에게 좋은 첫인상을 남기고 싶었다.

얼굴을 0.1초만 보고도 인상이 형성될 수 있다고 하지 않던가(Willis & Todorov, 2006). 앞으로 함께 일할 사람이다. 유능하고 믿음직하게 보이고 싶다. 옷차림을 점검하고 인사말도 준비했다. 표정과 시선도 신경 썼다. 웃음은 조금 줄이되, 상대의 눈은 잘 맞추기로 했다.

웃음은 줄이고, 눈맞춤은 늘렸는데

나름의 근거도 있었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서는 소비자가 마케팅 담당자를 평가할 때, 활짝 웃는 얼굴이 옅은 미소를 짓는 얼굴보다 따뜻하지만 덜 유능하게 보일 수 있었다(Wang et al., 2017). 특히 구매에 따른 위험 부담이 큰 상황에서는 유능함에 대한 부정적인 효과가 두드러졌다. 그래서 ‘너무 웃으면 가벼워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반면 눈맞춤은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한 연구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을 바라보는 얼굴을 다른 곳을 바라보는 얼굴보다 더 신뢰할 만하다고 평가했다(Kaisler & Leder, 2016). ‘눈을 잘 맞추면 믿음직하게 보일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웃음은 조금 줄이고 눈맞춤은 늘리면, 유능함과 신뢰감을 함께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결국 거래는 성사되지 않았다. 그리고 전해 들은 말은 청천벽력. 상대가 나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받았단다. 믿음직한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까다로운 사람으로 기억된 셈이다. 심리학까지 참고했는데 이렇게 억울할 수가.

첫인상의 법칙에는 조건이 붙어 있다

좋은 첫인상을 남기는 일은 중요하다. 그래서 첫 만남을 앞두고 이런저런 법칙을 찾아보고, 하나라도 더 실천하려고 애쓴다. 그런데 좋은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언제나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은 아니다.

앞선 가상의 주인공은 무엇을 놓쳤을까?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법칙을 더 찾아봐야 했던 것일까? 우선 자신이 참고한 법칙에 어떤 조건이 붙어 있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는 웃음과 눈맞춤의 효과를 따로 배운 뒤, 만남 내내 지킬 행동으로 정해버렸다. 하지만 같은 눈맞춤도 어떤 표정과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읽힐 수 있다.

심리학자 애덤스와 클렉은 얼굴의 시선 방향에 따라 정서가 어떻게 지각되는지 살펴보았다(Adams & Kleck, 2005). 정면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쁨뿐 아니라 분노의 지각도 강화했다. 웃는 얼굴이 나를 바라보면 기쁨이, 화난 얼굴이 나를 바라보면 분노가 더 두드러진 것이다.

눈맞춤이 언제나 얼굴에 호의를 더해주는 것은 아니었다. 눈을 맞추라는 법칙을 적용하려면, 어떤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한다.

내 무표정이 상대에게도 중립적일까

그런데 위의 예에서 주인공은 화를 낸 적이 없다. 웃음기를 조금 거두고 진지하게 들었을 뿐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표정이 무표정이 아닐 수 있다. 국내에서 진행된 한 연구에서는 웃는 얼굴이나 찡그린 얼굴들 사이에 무표정한 얼굴을 제시하고 찾아보게 했다(Park et al., 2015). 사람들은 무표정 얼굴을 웃는 얼굴들 사이에서 찾을 때보다, 찡그린 얼굴들 사이에서 찾는 데 더 오래 걸렸다. 무표정은 웃는 얼굴보다 찡그린 얼굴과 더 쉽게 혼동되었던 것이다.

무표정을 곧바로 화난 표정으로 판단했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다고 해서 상대에게도 중립적으로 읽힐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두 연구를 처음의 만남에 적용해보면, 그가 진지함을 표현하려고 웃음을 거둔 얼굴에서 상대는 부정적 정서를 읽었을 수 있다. 여기에 정면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더해지면서 그 느낌이 강해졌을 가능성도 있다.

‘진지한 표정’과 ‘관심을 나타내는 눈맞춤’을 각각 골랐지만, 상대에게는 ‘불만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이라는 인상이 되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좋은 첫인상에도 시간·장소·상황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미소를 조금 더하면서 눈을 맞추면 해결될까? 그것 역시 확실한 정답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처음의 웃음 연구로 돌아가보자. 활짝 웃는 얼굴의 효과부터가 구매에 따른 위험 부담에 따라 달라졌다. 비교한 것도 활짝 웃는 얼굴과 옅은 미소였지, 웃는 얼굴과 굳은 얼굴이 아니었다. 연구는 조건에 따른 차이를 보여주었는데, 주인공은 조건을 지우고 ‘웃음은 줄이자’만 남긴 셈이다.

좋은 첫인상에도 TPO(Time, Place, Occasion)가 필요하다. 시간과 장소, 상황을 빼놓고 좋은 표정과 나쁜 표정을 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중요한 거래 자리에는 진지한 얼굴, 편안한 자리에는 웃는 얼굴처럼 정답을 하나씩 배정하자는 뜻도 아니다. 같은 만남 안에서도 처음 인사를 나누는 순간과 서로의 우려를 확인하는 순간은 다르다. 그때 필요한 반응은 미리 외운 법칙만으로 정하기보다, 상대와 소통하며 찾아가야 한다.

표정과 시선은 소통을 돕는 수단이다

그러려면 내가 얼마나 잘 웃고 있는지보다 상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에 먼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상대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지, 망설이는 이유는 무엇인지 듣고 물어보자.

반가움은 미소로 전하되, 진지함은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함께 생각하는 태도로 보여주면 된다. 표정과 시선은 그 소통을 돕는 수단이지, 따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아니다. 굳은 얼굴이 전문성의 자격증은 아니지 않은가.

물론 마음만 진지하다고 충분한 것은 아니다. 앞선 주인공도 자신의 관심이 그대로 전해지리라 생각했다가 오해를 샀다. 그래서 표현한 뒤에는 상대가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살펴야 한다.

설명을 듣고도 망설인다면 어떤 점이 마음에 걸리는지 확인하고, 내가 생각하느라 침묵했다면 무엇을 고민하는지 알려주자. 처음부터 완벽한 표정을 준비하려 하기보다, 말과 표정으로 서로의 뜻을 확인하며 반응을 조정해가자는 것이다.

남기고 싶은 것은 이야기가 통하겠다는 기대

좋은 첫인상을 만드는 법칙은 알아두되, 그 법칙을 어떻게 적용할지는 눈앞의 사람과 나누는 대화에서 찾자. 상대와 소통하며 상황에 맞게 반응하는 것이야말로 먼저 기억해야 할 법칙이다.

우리가 남기고 싶은 것도 “눈을 잘 맞추는 사람이네”라는 평가가 아니라, “이 사람과는 이야기가 통하겠구나”라는 기대 아닐까. 상대는 우리의 눈과 입을 따로 만나러 온 것이 아니다. 함께 일할 한 사람을 만나러 온 것이니 말이다.

Writer. 최훈 교수

참고문헌

Adams, R. B., Jr., & Kleck, R. E. (2005). Effects of direct and averted gaze on the perception of facially communicated emotion. Emotion, 5(1), 3-11.

https://doi.org/10.1037/1528-3542.5.1.3

Kaisler, R. E., & Leder, H. (2016). Trusting the looks of others: Gaze effects of faces in social settings. Perception, 45(8), 875-892.

https://doi.org/10.1177/0301006616643678

Park, H.-B., Han, J.-E., & Hyun, J.-S. (2015). You may look unhappy unless you smile: The distinctiveness of a smiling face against faces without an explicit smile. Acta Psychologica, 157, 185-194.

https://doi.org/10.1016/j.actpsy.2015.03.003

Wang, Z., Mao, H., Li, Y. J., & Liu, F. (2017). Smile big or not? Effects of smile intensity on perceptions of warmth and competence. Journal of Consumer Research, 43(5), 787-805.

https://doi.org/10.1093/jcr/ucw062

Willis, J., & Todorov, A. (2006). First impressions: Making up your mind after a 100-ms exposure to a face. Psychological Science, 17(7), 592-598.

https://doi.org/10.1111/j.1467-9280.2006.0175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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