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면접 시대의 채용 브랜딩: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조직의 비밀
Expert
박노성
교수
서울사이버대학교 AI서비스마케팅학과 겸임교수 · 셰익스컴퍼니 대표
주요 저서로 《리마케팅하라》, 《검색광고마케터》, 《SNS광고마케터》 등이 있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스스로 찾아오는 조직의 채용 브랜딩과 EVP 전략
인재가 회사를 면접 보는 시대, 역전된 정보 주도권
최근 들어 취업을 앞둔 청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었다. 서울시와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에서 주관하는 데이터 분석 기반 SNS 마케터 양성 및 취업 과정 교육을 진행하는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커뮤니케이션 이론은 정보 전달자(송신자)와 정보 습득자(수신자) 간의 일방향적 정보 흐름을 가정한다. 하지만 이 수업 현장에서는 방대한 독서량으로 무장한 학습자들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이 강사의 지식 범위를 상회하는 장면이 수시로 목격된다. 이는 수신자가 단순히 정보를 수용하는 단계를 넘어, 지식을 스스로 재구성하고 확장하는 정보 주도권의 역전 현상이 시작되었음을 시사한다.
광고마케팅 수업 모의고사에서 1등을 한 박기혁(가명) 군은 이러한 능동적 수신자의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 학생이 어느 날 기업체 면접을 다녀와서는 이런 말을 했다.
“교수님, 세 곳에서 합격 통보를 받고 면접을 다니는 중인데, 오늘 면접 본 곳이 그나마 제일 마음에 드네요. 하지만 이 과정을 다 마칠 때까지 조금 더 고민해보려고요. 회사가 저를 선택하는 데에 신중한 만큼 제가 회사를 고르는 것 역시 신중해야 할 것 같아서요.”
실제로 박기혁 군은 수업 속 질문을 면접관에게 물으면서 사업에 대한 브랜드의 이해도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제 채용은 선발이 아니라 설득의 영역이 되었다. 정보 주도권이 역전되는 이른바 역면접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요즘 청년들은 자신이 일할 조직을 까다롭게 고른다. 성장 가능성, 문화적 핏, 리더의 스타일, 조직의 진정성 등 이 모든 것을 면접 전부터 철저히 조사하고 면접장에서도 직접 검증한다. 여기에 더해 MZ세대들은 좋은 직장의 기준 자체를 바꾸고 있다. 연봉과 안정성만이 아니라, 이 조직에서 내가 성장할 수 있는가, 나의 가치관과 조직의 문화가 맞는가, 리더가 신뢰할 만한 사람인가를 중시한다. 결국 입사자들의 선택 기준이 다양해지고 정교해질수록, 기업은 더 많은 것을 증명해야 하는 처지가 되는 셈이다.
채용 공고는 조직의 문화를 비추는 첫 번째 거울이다
채용 공고 하나에도 브랜드가 담긴다. 얼마 전 한 학생이 조언을 얻기 위해 모 바이오팜 기업의 채용 공고를 가져온 적이 있다. 매주 금요일 오후 각자가 배운 것을 공유하고, 논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조직의 문화와 일하는 방식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런 채용 공고는 지원자 스스로 이 팀과 맞는지 판단하게 만든다.
채용 브랜딩은 채용 공고에서 그치지 않는다. 소셜 미디어에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 이야기를 나누는가, 리더가 링크드인에서 어떤 생각을 공유하는가, 면접 프로세스가 지원자를 얼마나 존중하는가, 이 모든 접점이 브랜드를 형성한다. 지원자는 합격 여부와 상관없이 채용 과정 전체를 통해 그 조직을 경험한다.
직원 가치 제안(EVP)의 핵심 요소
전략을 압도하는 조직문화, 진정성 있는 직원 가치 제안의 힘
채용 브랜딩의 핵심 콘텐츠는 직원 가치 제안(EVP, Employee Value Proposition)이다. 왜 다른 회사가 아니라 우리 조직에서 일해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하고 진정성 있는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직원 가치 제안은 보상, 복지처럼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적인 요소와 성장 기회, 문화, 리더십처럼 경험으로 느끼는 소프트웨어적인 요소로 구성된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직원 가치 제안을 단지 보여주려 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문화를 포장하거나, 리더는 여전히 구시대적으로 행동하면서 채용 공고에는 수평적 조직문화를 내세운다. 이런 괴리는 조기 퇴사와 부정적 리뷰로 이어진다.
최근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사티아 나델라는 진정한 문화 혁신이란 발명이 아닌 발견에서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취임 초기 직원들에게 우리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던졌다. 덕분에 기존의 모든 것을 아는(Know-it-all) 문화에서 모든 것을 배우는(Learn-it-all) 문화로 전환을 이끌 수 있었다.
문화는 아침식사로 전략을 먹는다. (Culture eats strategy for breakfast)
- 피터 드러커
문화에 집착한 이유에 대해 나델라는 피터 드러커의 유명한 격언을 다시 꺼내 든다. 눈에 보이는 보상이나 복지가 아닌, 보이지 않는 문화가 전략을 성공시킬 수 있음을 간파한 나델라에게 채용이야말로 진정한 마케팅이다.
당장 실천할 수 있는 채용 브랜딩 3가지 액션 플랜
채용 브랜딩을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전략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오늘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채용 공고를 다시 쓰라. 자격 요건 나열에서 벗어나, 우리 팀이 어떻게 일하는지를 보여주는 언어로 바꿔라. 지원자가 공고를 읽고 이 팀에서 일하고 싶다는 감각이 드는지를 기준으로 삼아라.
둘째, 면접을 브랜드 체험으로 설계하라. 면접은 단순히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지원자가 우리 회사의 팬이 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접점이다. 면접 질문의 수준을 높이고, 불합격자에게도 정성 어린 피드백을 제공하는 등 지원자가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하라.
셋째, 현직자를 대변인으로 만들어라.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조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 강요된 홍보가 아니라, 진짜로 만족하는 구성원이 자신의 이야기를 외부에 공유할 때 신뢰받는 채용 마케팅이 된다.
채용은 지원자가 겪는 첫 번째 고객 경험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브랜드 이미지와 일치시키는 모든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다. 기업이 올바른 고객에게 발견되도록 돕는 것이다. 채용도 다르지 않다. 좋은 조직이 올바른 인재에게 발견되고, 그 인재가 스스로 지원하고 싶게 만드는 것이 채용 마케팅의 목표다.
지원자는 채용 과정을 통해 그 조직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면접 일정 조율 방식, 면접관의 태도, 결과 통보의 속도, 이 모든 것이 인재에게 이 조직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곳인가를 알려준다. 합격자에게는 입사 후 경험의 예고편이고, 불합격자에게는 평생 기억에 남는 브랜드 인상이 된다. 채용은 그래서 첫 번째 고객 경험이다.
역면접의 시대, 인재는 이미 답을 알고 있다. 그들은 좋은 조직을 알아본다. 이제 질문은 하나다. 당신의 조직은 발견될 준비가 되어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