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박희만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인사관리학 교수
글로벌 HR과 조직의 일하는 방식을 연구합니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HRER 석사 과정 주임교수로, 인사관리·노사관계·글로벌 비즈니스 조직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휴렛 팩커드 인사팀에서 HR 현장 경험을 쌓은 인사관리 전문가입니다.
핵심요약
AX 시대의 인재는 단순히 주어진 일을 잘 수행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AI 에이전트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새로운 방식으로 실험하고 배우는 사람입니다.
HR 전략 역시 인력 확충 중심에서 탤런트 밀도 향상, AI 리스크를 이해하는 리더 육성, AI 사용이 일상화된 조직문화 구축으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AI가 팀원이 되는 시대, HR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아침 5시30분 평소보다 잠에서 일찍 깼습니다. 일어나자마자 당신은 새로운 팀원과 업무 채팅을 시작합니다. 팀원은 목소리와 얼굴은 없지만, 대규모 데이터를 정확히 분석한 깔끔한 리포트를 순식간에 공유해 옵니다. 당신이 추가로 지시한 과제를 몇 분 안에 처리하고, 주어진 피드백도 곧바로 반영합니다.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며, 복잡한 질문에도 빠르게 대답합니다. 이 직원에게는 4대 보험을 지급할 필요도 없고, 시급은 단 2,000원입니다.
이는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미 ‘휴마트론(Humatron)’이라는 기업에서 제공하고 있는 AI 기반 에이전트의 사례입니다. 원하면 이 AI 기반 직원의 성격, 외국어 및 코딩 기술 레벨까지도 설정할 수가 있고, 인터뷰를 통해 채용 여부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 직원과 동일하게 온보딩을 제공하여 회사의 전략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습니다.
위 사례에서 볼 수 있듯, AI는 단순한 기술도구가 아닙니다. 이제는 팀원 수준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지능을 갖추고 있으며, 글로벌 웹 데이터에 언제나 접근 가능하고 반복 작업에 있어서는 사람보다 효율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테크 대기업들이 단순 코딩직 중심으로 대규모 정리 해고를 단행한 것도 이런 흐름의 일환입니다.
AX(Artificial Intelligence Transformation) 시대는 도래했고, 많은 기업들이 AI와 함께 일하는 조직으로 빠르게 변모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AI의 도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의 한 연구에 따르면, 경영 시뮬레이션 실험에서 생성형 AI CEO는 사람 CEO보다 더 뛰어난 가격 최적화와 재고 관리 능력을 보였지만, 비선형적 환경 변화에는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해 먼저 해고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이처럼 AI와 함께 일하는 것에는 혜택과 한계가 명확합니다. 이제는 AI가 잘하는 일, 인간이 잘하는 일, 그리고 둘이 함께해야 하는 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AI를 단순 기술 도입으로 간주하기 보다는, 이전과는 다른 조직문화, 리더십, 인재 전략 수립의 기회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기업과 리더는 어떤 인재를 육성하고 어떤 인사 전략을 세워야 할까요?
AX 시대에 필요한 인재상
1. 리더십 마인드셋과 권한 위임 역량
조직 내 모든 직급의 직원들이 리더십 마인드셋을 가져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즉 AX시대에는 주어진 업무를 단순히 잘 수행하는 것보다, 복수의 AI 에이전트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고, 이들의 결과물을 통합하여 인사이트를 끌어내며, 다음 문제를 정의할 수 있는 인재가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AI에게 지시할 수 있는 능력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으로 표현되며, 이는 곧 권한 위임의 기술입니다. 효과적 권한 위임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조직의 전략을 이해하고, 그에 기반해 문제와 업무를 스스로 정의한 후, 적절한 팀원에게 업무를 분배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2. 비판적 사고와 메타인지 역량
생성형 AI는 사용자의 요청에 맞춰 정보를 제공하지만, 때때로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기도 합니다. 이를 ‘AI 환각(hallucination)’이라고 하며, 이러한 오류율이 5~48%에 달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그러니 AI가 제시한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구체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는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습니다. 생성형 AI는 똑똑한 신입 사원과 같아서, 구체적인 상황 맥락과 역할을 제시할수록 성과가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한 개념이 메타인지 역량입니다. 이는 자신의 업무를 적극적으로 분석, 계획, 모니터하며 전략을 스스로 수정할 수 있는 역량입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메타인지 역량을 갖춘 직원만이 거대 언어 모델을 통해 창의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정해진 방식으로 ‘열심히’ 보다는, 시도하고 배우는 태도
전통적으로 이상적 인재로 여겨지는 ‘성실한 인재’들은 체계와 규칙을 중시하고, 계획적으로 일하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안정적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최근 경영학 연구에 따르면 이런 유형의 인재는 AI와 협업할수록 역할 혼란을 겪고 자기효능감 상승의 효과도 제한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해보는 데 거리낌 없는 사람들, 즉 개방적이고 탐색적인 성향을 가진 인재는 AI 사용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느끼고 업무에 대한 열정도 유지합니다.
생성형 AI로 인해 빠르게 변하는 업무 환경에 적응하려면, 기존 규칙에서 정해진 일을 정확히 해내는 역량보다, 새로운 도구를 직접 사용해 보고, 시행착오를 겪더라도 계속 실험하고 배워서 더 나은 방법을 찾아내는 인재가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AX 시대, HR 전략의 3가지 전환 포인트
1. 탤런트 밀도(Talent Density)의 향상
AI 에이전트가 신입 사원의 역할을 대체하는 반면, 기존 인력의 해고는 법적·문화적 제약으로 어렵기 때문에 조직의 유연성은 낮아지고 인건비 부담은 커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직은 단순한 인력 확충이 아니라, 인재의 ‘밀도’, 즉 질적 향상에 집중해야 합니다.
기존 인력의 AI 역량을 강화하는 리스킬링(reskilling)과 업스킬링(upskilling)을 추진하고, 전통적인 커리어 사다리(Careerladder) 모델 대신, 직무 간 수평 이동이 가능한 ‘커리어 격자(Career lattice)’ 체계를 도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양한 직무 경험은 AI의 선형적 사고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창의적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통섭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실제로 아마존은 전략적으로 AI 관련 업스킬링 교육을 실시하며 직원 70만 명의 활발한 직무 전환을 실현했으며, 이는 노동 시장 경직성이 큰 한국의 기업 환경에도 적합한 전략의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2. AI 리스크를 이해하는 리더 육성
AI 사용이 늘어나면서 외로움, 불면증, 음주 등과 같은 건강 문제가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AI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하는 직원일수록 스트레스를 더 크게 겪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AI 기반 관리 시스템은 직원의 개인적 상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있어 낮은 신뢰를 받는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는 공감, 커뮤니케이션 등 인간 중심의 소프트 스킬이 AI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핵심 역량임을 보여 줍니다.
따라서 AX 시대에는 팀원의 심리적 안정과 웰빙을 돌볼 수 있는 리더, 즉 정서적 민감성과 소통 능력을 갖춘 리더의 육성이 인사 전략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입니다.
3. AI 사용이 일상화된 조직문화 구축과 AI 챔피언
최근 IBM 조사에 따르면, 한국 기업의 CEO들은 AI 활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AI 투자에 따른 리스크나 시행착오에 대해서는 글로벌 CEO들보다 더 큰 저항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AI 활용에는 정해진 정답이나 베스트 프랙티스가 없습니다. 우리 조직에 적합한 방식은 시행착오를 통해 직접 찾아야 합니다.
따라서 조직 차원에서 AI를 활용하는 학습 문화를 구축하고, 성공과 실패 사례를 투명하게 공유하며, AI 도입이 핵심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점을 구성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또한 AI 활용 역량을 인재 선발이나 성과 기준에 반영하거나, 신뢰받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AI 챔피언’을 육성하는 것도 조직의 AI 적응력을 높이고 저항감을 줄이는 데 효과적인 인사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AX 시대 HR 전략의 핵심은 ‘AI와 사람’ 모두에 대한 이해입니다
AX 시대는 AI가 함께 일하는 동료로 자리잡는 시대입니다. 이제는 AI가 자동화할 수 있는 업무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적·전략적 업무를 명확히 구분하고, 이 둘을 균형 있게 조율해야 합니다.
즉 AI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이끌 기회로 인식해야 합니다. AX시대의 성공적 전환을 위해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AI와 사람’ 모두에 대한 깊은 이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혁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