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ert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25년 경력의 조직·리더십 전문가로, 글로벌 컨설팅사 액센추어와 모니터그룹을 거쳐 맥킨지 리더십센터장을 역임했다.
현재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를 이끌며 국내 주요 기업과 조직을 대상으로 CEO 경영아젠다 및 조직, 리더십 관련 자문과 컨설팅, 코칭을 제공하고 있으며 국내유수 정신과전문의들과도 10여년간 협업해오고 있다. 저서로는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리셋하고 리드하라』가 있다.
AI 시대, 리더가 자기 마음을 다루는 법
위기가 일상이 된 시대
예전의 위기는 지나가는 폭풍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위기나 팬데믹처럼 시작과 끝이 있었고, 버티면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AI가 가져온 변화는 성격이 다르다. 사업 모델과 직무, 일하는 방식이 분기마다 다시 쓰이고, 어제의 정답이 오늘은 틀린 답이 된다. 위기는 이제 조직의 상시적인 기본값이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 리더는 답을 모르는 채로 결정해야 한다. 시장도, 기술도, 경쟁자도 통제할 수 없다. 구성원의 마음 역시 리더 뜻대로 바뀌지 않는다. 이런 조건에서 리더가 온전히 다룰 수 있는 영역은 자기 마음 하나다. 상황을 해석하는 방식과 그에 반응하는 태도는 리더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리더의 감정은 조직의 날씨가 된다
위기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리더의 얼굴부터 살피게 된다. 표정, 말투, 회의실에 들어서는 걸음걸이를 보고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가늠한다. 리더의 불안은 생각보다 빠르고 넓게 퍼지는 법이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정서 전염'이다.
불안한 리더 아래에서 조직은 위축된다. 나쁜 소식은 늦게 보고되고, 실패 가능성이 있는 시도는 사라지며, 모두가 리더의 기분을 살피느라 정작 문제에 집중하지 못한다. 반대로, 리더가 평정을 유지하면 구성원은 "어렵지만 방법이 있다"는 신호를 받는다. 위기 속 리더의 감정은 곧 조직 전체의 날씨가 되어 버린다.
AI 시대, 리더의 멘탈이 더 중요해지는 이유
AI는 정보를 모으고 분석하고 선택지를 정리하는 일을 놀라울 만큼 잘한다. 그러나 불확실성 앞에서 방향을 정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분석이 흔해질수록, 판단하고 안정감을 주는 역할은 리더가 더 잘해내야 하는 역량이 되고 있다.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만큼 감정에 휩쓸린 결정 하나가 증폭되는 속도도 빨라졌다. 구성원들 역시 "내 일이 AI로 대체되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을 안고 출근한다. 이럴 때 리더의 정서적 안정은 조직을 붙잡아주는 닻 역할을 한다.
흔들리지 않는 리더를 위한 감정 관리 노하우 3가지
첫째, 내 감정을 들여다보고 반복되는 패턴을 알아차리기
위기 때마다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리더가 많다. 갑자기 모든 것을 직접 챙기거나, 사소한 실수에 과하게 분노하거나, 결정을 한없이 미룬다. 그 뒤에는 오래전부터 형성된 마음의 틀, 즉 '스키마'가 작동하고 있을 수 있다. "완벽해야 인정받는다", "통제하지 못하면 무너진다" 같은 믿음이 압박 상황에서 자동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이때 유용한 질문이 있다. "지금 내 반응이 상황의 크기에 비해 과하지 않은가?" 반응이 상황보다 크다면, 지금 나를 움직이는 오래된 믿음이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패턴을 알아차리는 것은 자동 반응을 줄이는 출발점이 된다.
코칭에서 만난 한 대기업 임원 이야기다. AI 도입으로 사업 계획이 연이어 수정되던 시기, 그는 팀장들의 보고서를 한 줄 한 줄 직접 고치기 시작했다. 회의에서는 "이건 내가 직접 볼게요", "다음부터는 초안 단계에서 먼저 가져오세요"라는 말이 반복됐다.
코칭에서 그 순간의 감정을 함께 되짚어보니, 밑바닥에는 '내가 다 챙기지 않으면 일이 틀어진다'는 불안이 있었다. 신임 팀장 시절 큰 실수를 겪은 뒤 생긴 오래된 패턴이었다.
패턴을 알아차린 뒤 그는 회의에서 쓰는 말부터 바꿨다. "이건 내가 볼게요" 대신 "이 건에서 내가 꼭 알아야 할 리스크 하나만 짚어주세요"라고 물었다. 결재 기준도 정리해, 일정 규모 이하의 결정은 팀장 선에서 마무리하도록 했다.
처음에는 그 불안을 견디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두어 달이 지나자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다. 팀장들의 보고가 빨라졌고, 문제가 커지기 전에 "아직 확실하지 않지만 미리 말씀드린다"는 중간 보고가 늘었다. 리더가 손을 풀자 팀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둘째, 상황과 거리를 두는 연습하기
인지치료는 같은 사건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이 생긴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실패할 거야"라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그 생각은 곧 사실처럼 느껴진다.
이때 한 걸음 물러서 "나는 지금 실패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바꿔 말해보자. 생각과 나 사이에 틈이 생긴다.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며 "○○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묻거나, "1년 뒤에도 이 일이 이만큼 중요할까?"라고 시간의 거리를 두는 것도 효과적이다. 거리를 두면 문제의 전체 모습이 보이고, 그만큼 차분하게 다음 수를 고를 수 있다.
셋째, 나를 일상의 컨디션으로 되돌리는 리추얼 만들기
최고의 운동선수들은 경기 중 흔들릴 때 정해진 루틴으로 몸과 마음을 리셋한다고 한다. 리더에게도 이런 '복귀 스위치'가 필요하다.
점심시간을 활용한 런치복싱이나 킥복싱도 하나의 방법이다. 30분 동안 샌드백을 치고 나면 머릿속을 맴돌던 걱정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격한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10분 산책, 날숨을 길게 하는 호흡, 좋아하는 음악 한 곡도 충분하다. 짧게, 자주 반복할 수 있는 방식이면 된다. 우리는 마음에 몸이 지배당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몸을 먼저 움직이면 마음도 대개 따라온다는 것을 잊지 말자.
위기 속에서 더 빛나는 리더
AI 시대의 불확실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그 안에서 리더가 할 수 있는 일은 키를 쥔 손을 흔들리지 않게 지키는 것이다. 자신의 패턴을 알고, 생각과 거리를 두고, 흔들릴 때 돌아올 자리를 만들어둔 리더야말로 위기 속에서 더 빛난다. 리더의 평정은 조직이 받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메시지가 아닐까.
Writer. 장은지 대표